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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 칼럼] 겸손, 자연의 길과 인간의 길

2020.01.16 | 조회 496 | 공감 1

겸손, 자연의 길과 인간의 길


              (상생문화연구소: 양재학)



동양학은 천지에 대한 물음의 역사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하늘은 생명과 진리의 뿌리이고, 땅은 생명이 펼쳐지는 광대한 영역인 까닭에 하늘과 땅에 대한 물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마디로 하늘의 길은 ‘↓’, 인간의 길은 ‘↑’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길이 順이라면, 인간의 길은 逆이다. 하늘과 인간은 수직 관계가 형성된다. 인간이 태어날 때는 머리부터 나오지만[順], 평생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운명[逆]이다. 


이를 우주론에 맞추어보면, 전자는 상생의 길을 말하는 하도河圖의 법칙이며, 후자는 상극의 길을 말하는 낙서洛書의 법칙이다.




왜 지산겸괘가 64괘 중에서 가장 좋은 내용으로 이루어졌는가? 


그것은 자연의 길과 인간의 길은 물론 귀신의 일까지도 순역의 길을 걷기 때문에 가장 좋은 말들이 열거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자연과 인간의 운명이란 무엇인가? 곧 겸손의 길이다.




지산겸괘地山謙卦(䷎) : 꽃보다 아름다운 겸손의 미덕 




겸괘의 상괘는 땅[坤: ☷]이고, 하괘는 우뚝 솟은 산[艮: ☶]이다. 땅 아래에 산이 있는 형국이다. 땅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싣는다. 땅은 이미 가장 낮은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산이 땅 밑에 있으니, 지극히 겸손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겸괘는 자연과 인간을 통틀어 겸손을 최상의 가치이자 미덕으로 제시한다. 겸손은 자신의 재능과 공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을 높여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를 뜻한다. 


그렇다고 비굴하게 낮추는 겸손은 자신을 학대하는 것과 똑같다. 자기 비하와 교만은 겸손과 정반대되는 행동이다. 전자가 자존심 없는 굴욕이라면, 후자는 안하무인의 표출이다. 


겸손은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면서 타인을 어루만져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간애의 발로이다. 겸손은 중용의 빛나는 꽃이다. 그러니까 겸손의 무게는 날마다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층 돋보이는 덕목인 것이다.


조선의 명재상으로 알려진 맹사성孟思誠(1360-1438)의 겸손한 삶에 대한 얘기가 있다. 그는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세종 13년에는 좌의정이 되었고, 황희黃喜(1363-1452)와 함께 검소한 관리로서 조선의 청백리 문화를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를, 20세에는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선사禪師를 찾아가 물었다. “이 고을을 다스리는 관리가 앞으로 갖추어야 할 최고의 좌우명은 무엇입니까?” 


선사는 “나쁜 일은 삼가하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맹사성은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 뿐이오?”라고 거만하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선사는 맹사성에게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들었다. 맹사성은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선사는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맹사성이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에 흐릅니다”라고 소리쳤지만, 선사는 계속 차를 따랐다. 선사는 잔뜩 화가 난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면서 넘치는 지식이 인품을 망가뜨리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라고 말했다. 


선사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그만 문지방에 걸려 갓이 부러지고 말았다. 


선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저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맹사성은 겸손을 인생의 좌표로 삼아 훌륭한 문신이 되었다고 전한다.


젊은 맹사성의 일화는 남보다 나은 부귀와 명예를 얻으면 교만해지기 쉬운 인간의 속물 근성을 싹둑 잘라버리라는 교훈이다. 남을 앞세우는 겸양謙讓과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타인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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