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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칼럼 - 멈춤의 이치와 절대적 자유 (김재홍)

2019.05.08 | 조회 1229 | 공감 2

주역칼럼 | 멈춤의 이치와 절대적 자유 (김재홍)

김재홍(충남대 철학과 교수) / STB상생방송 <소통의 인문학, 주역> 강사


충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 취득(중국철학 전공, 세부전공 : 주역과 정역). 충남대학교 역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역임, 목원대, 배재대, 청운대 외래교수 역임하였고, 현재 충남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STB상생방송에서 〈주역 계사상·하편〉 강의를 완강하였고 현재 <〈소통의 인문학 주역〉을 강의, 방송 중이다.


중산간괘重山艮卦


①상괘도 그침을 의미하는 산山이고, 하괘도 그침을 의미하는 산山인 괘로서 서로 그침으로 멈추어 있는 상을 보여 준다.
②머물러야 할 때 곧 머물고, 움직여야 할 때 곧 움직이는(시지즉지時止則止, 시행즉행時行則行)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③멈추고 나아감의 기준은 바로 성인(진리)의 말씀이다.

혹한의 겨울이 지나고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의 계절이 다가온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를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와 결부시켜 보면 입춘은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한 해인 봄을 여는 종시終始의 위치로서 선후천先後天과도 관계가 있는 중산간괘重山艮卦()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는 “멈출 곳을 알고 항시 머물면 종신토록 욕됨이 없다.(지지상지知止常止, 종신무욕終身无辱)”라고 하였다. 

『대학』에서는 “머무를 곳을 안 뒤에야 정함이 있고, 정해진 뒤에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한 뒤에야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한 뒤에야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한 뒤에야 얻을 수 있다.(지지이후知止而后 유정有定, 정이후定而后 능정能靜, 징이후靜而后 능안能安, 안이후安而后 능려能慮, 려이후慮而后 능득能得.)”라고, 하여 성현聖賢의 말씀에 머무는 지어지선至於至善의 경지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 볼 때, 동양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입춘의 계절에 자신을 되돌아보며 머물러야 할 곳과 머물지 말아야 할 곳을 진지하게 고민하였던 것이다. 

『주역』에서는 멈춤, 머무름의 도道에 대하여 “그 등에서 머물면 그 몸을 얻지 못하며. 그 뜰에 가도 그 사람을 보지 못하여 허물(외적 사물과 접촉하지 않아서 물욕이 없기 때문에)이 없느니라.”라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등을 직접 볼 수가 없다. 자기 몸 중에서 볼 수 없는 곳에 머문다는 것은 자기 몸이 있는지 없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그 등에 머문다는 것은 보지 못하니 물욕에 이끌리지 않아서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어지선의 도통 경지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눈으로 보지 못하고, 느낌이 없다는 것은 사물의 유혹을 등지고 있어 물욕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니 허물이 없는 것이요, 이것이 지어지선의 경지이며 무망의 경지라는 것이다. 또한 장자莊子가 말한 “나를 잊는 것(아망我忘)”이요, 진정眞正한 안주安住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산간괘에서는 “산을 겹친 것이 간이니, 군자는 이로써 생각이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나니라.”라고 하였다. 먼저, ‘겸兼’이란 거듭한다는 의미로 두 개의 산이 중첩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다음으로 머무는 자리인 위位는 본분本分을 의미한다. 즉 성인지도聖人之道인 중도中道를 근원으로 하여 자신의 본분에 맞게 행동하며, 그 자리에 알맞게 머물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논어』 「헌문憲問」편에서도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政事를 도모하지 않는다(자왈子曰, 부재기위不在己位, 불모기정不謨其政)”라고 하여, 군자가 본분을 지키는 마음가짐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생각(사思)은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머물고 있는 그 위치에서 본분을 지키며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올바름에 머물러야 함을 말하고 있다. 

초육효初六爻에서 “그 발꿈치에 머무름이라, 허물이 없으니 영원히 올바르면 이롭다 하니라.”라고 하였다. 사람의 발이란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맨 먼저 움직인다. 몸이 먼저 경거망동하게 움직이면 흉함이 있다는 것이다. 초효는 멈춤의 첫 단계이다. 그러므로 영원히 올바르면 이롭다고 말하고 있다. 인사적으로 말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그 일의 끝을 알고, 아예 시작하기 전에 멈춤이라 올바름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가야할 곳은 가고, 정당한 일이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육이효六二爻에서는 “그 종아리에 머무는 것이니, 구원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 그 마음이 불쾌하다.”라고 하였다. 장딴지에서 멈추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장딴지는 신체 구조상 자발적(독립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허리나 발이 움직여야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바로 장딴지이다. 이것을 인사적으로 결부시키면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타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그 마음이 유쾌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장딴지는 하체의 미숙한 부분이라 미숙한 멈춤의 의미로 본다. 무지몽매한 소인이 성인聖人의 말씀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성인의 말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움직여서 흉하다는 것이다.

구삼효九三爻에서는 “그 허리에 머무는 것이라 그 등뼈를 쪼개는 것 같으니, 위태로워서 마음을 태운다.”라고 한다. 허리에서 멈추고 있다는 것은 멈추지 말아야 할 곳에 멈춘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 허리에 머무는 것이라 그 등뼈를 쪼개는 것과 같은 고통을 당하니 위태롭고 마음을 태운다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 구조상 상체와 하체가 연결되어 있는 위치가 허리 부분이다. 달려가다가 갑자기 허리에서 멈춤이니 등살이 찢어져 위태롭고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허리는 상·하체의 연결 부위로써 멈춤이 가장 늦고 신체상의 고통이 가장 심하다. 그러므로 멈추지 말아야 할 곳에 멈춤으로써 마음을 태우고 흉하게 됨을 경계사로서 설명하고 있다. 

육사효六四爻에서는 “그 몸에 머무름이니, 허물이 없다.”라고 한다. 몸과 마음 전체가 멈추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형이하形而下의 몸과 형이상形而上의 마음(心)을 말한다. 그 몸과 마음의 멈춤이란? 그 일을 통째로 멈춘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멈추어야 성숙한 멈춤의 도道를 실행할 수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 즉 몸과 마음 일부만의 멈춤이 아니라 근원을 찾아 전부를 멈추니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육신과 마음에서 자신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오효六五爻에서는 “그 뺨에 머무름이니, 말에 질서가 있다. 뉘우침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뺨이란 말을 하는 입과 관련된 기관이다. 이것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성인의 말씀에 따라 순응하며 사람의 언행에 대한 머무름의 이치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므로 뺨에서 멈추면 말에 순서와 질서가 생겨 후회함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곧 성인의 말씀을 근원으로 하여 정도正道를 실천하라는 의미로 보인다. 

상구효上九爻는 “돈독하게 머무름이니 길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후덕함으로 멈추고 나아감에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멈춤의 도를 깨달아 마침내 그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멈춤과 나아감에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쳐도 진행되고, 나아가도 멈추어 있는 것이 바로 돈독하게 머무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사상」편 10장에서 “오직 신묘한 까닭에 빨리하지 아니해도 빠르며, 행하지 아니해도 이르나니.”라고 한 것이다. 

중산간괘의 전체의 내용은 머무는 이치에 대한 설명이다. 머무름의 구체적 실천 내용으로 첫째,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고 둘째, 인간적인 욕심과 사악함을 억제하고 셋째, 올바름인 지어지선止於至善에 머물러 있으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의 절대적 자유의 경지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성인지도에 따라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문다면 적어도 평생토록 욕됨과 수치는 당하지 않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봄이 시작되는 입춘에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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